무엇이 문제인가?
애가는 흔히 ‘예레미야 애가‘라고 부른다. 애가를 선지자 예레미야가 썼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구약학계에서는 이러한 추측에 반하는 몇 가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왜 애가는 예레미야 애가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리고 예레미야가 애가를 쓰지 않았다는 증거는 무엇일까?
예레미야는 남왕국 유다의 왕 요시야 때로부터 마지막 왕이었던 시드기야의 때까지 예언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627~587 BCE). 그는 유다의 죄가 너무 커서 하나님이 바벨론을 사용해 유다를 심판하실 것이며, 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하나님이 정하신 역사의 흐름이라고 외쳤다. 그는 외교적 방법으로, 혹은 다른 강대국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이를 저지할 수 없다고 예언했고, 순순히 바벨론을 섬기라고 조언했다. 유다의 멸망, 즉 ‘유다의 죽음’은 회복으로 가는 필수적 단계, 즉 하나님의 백성의 (1)회개와 (2)구원과 (3)궁극적 회복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애가와 예레미야의 연관성에 관하여
애가(哀歌)는 슬픈 노래라는 뜻이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편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각 장은 ‘비탄시’에 해당한다. 시편의 예를 들자면 시 44, 74, 77, 80, 89 등도 애가와 유사하다. 애가에 나오는 5개의 비탄시들은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한 유다의 가슴 아픈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렇듯 애가가 유다의 바벨론 포로기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유다의 마지막 시대에 활동하며 유다의 멸망을 예언했던 예레미야와 ‘애가’의 비탄시는 서로 시대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고대 여러 역본들도 애가를 예레미야 바로 뒤에 배치하고 있다. 역대하 35:25에는 예레미야가 요시야를 위하여 ‘애가’를 지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에서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애가’를 ‘예레미야 애가‘로 부르고 있다.
애가와 예레미야의 차이에 관하여
그러나 예레미야가 그 다음 문서인 ‘애가’의 저자일까? 아닐 것이다.
(1) 우선 역대기에서 예레미야가 썼다고 말하는 그 ‘애가’는 멸망의 시기(시드기야)에 지은 것이 아닌 요시야를 위한 것이었다. 반면에 예레미야 다음 본문인 애가는 내용상 ‘요시야를 위한 애가’가 아니다.
(2) 애가에서 다윗 왕가는 바벨론의 폭력에 대한 피해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다윗 왕가를 피해자로 간주하기 보다 오히려 그들의 죄악을 유다 멸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렘22:1-5). 즉 고통의 원인에 대한 신학적 관점에 애가와 예레미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3) 애가는 나라가 멸망할 위기의 때에 외부적 도움을 학수고대하며 바라고 기다렸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바벨론의 통치를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 4:17 vs. 렘 27:17). 그리고 고대의 역본들과 달리 유대교 전통에서 애가는 성문서에 배치되어 있지만 예레미야는 선지서에 들어간다. 애가에는 다수의 화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애가는 예레미야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나가는 말
애가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예레미야 애가라고 여겨져왔으니 사실이 어떻든 애가의 저자는 예레미야여야만 한다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기독교의 신학과 신앙이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세를 고쳐야 할 것이라 믿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미다. 애가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책인가? 한 학자(Richard J. Clifford)의 해석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우리가 참혹한 일에 대하여 충분히 슬퍼하지 않는다면 그 참혹한 일을 통해 잃어 버렸다고 하는 바로 그것이 결국 그다지 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참사로 인한 슬픔이 우리의 이성의 한계를 넘어 버린다면 우리의 정신은 신학적 고민을 지나쳐 버리고 다만 솟구치는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풀어놓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애가는 유다의 패망에 대한, 또 그로 인해 초래된 극단의 고통에 대한 이성적인 해답은 접어 둔채 인간의 극단적인 분노를 감싸시고 어둠을 함께 걸어 평안하기까지 교훈으로가 아니라 침묵으로 함께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그려준다.”
Catholic Study Bible
가는 인간이 감정을 절제할 수 없는 순간에 하나님께 여과 없는 탄식을 토해낼 수 있고 그런 순간에도 하나님은 훈계하시기보다 침묵으로 함께 하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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