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Excerpt

성경을 읽으려면 문맥의 의미를 생각하며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욥 23:10의 개역개정 번역은 그런 노력을 하며 읽더라도 여간해선 오해할 수밖에 없도록 번역이 되어 있다. 그러니 성경 읽기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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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기 23장 10절의 문제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과거 개역한글판 성경에서 위 구절은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였다. 이 문구로 만든 복음성가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하며, 그 복음성가 덕분에 ‘정금같이 나오리라’라는 표현이 익숙한 사람이 아마 많을 것이다. 지금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로 조금 바뀌었다. 

아무튼 이 문구는 현재의 고난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있는 (신앙적)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며 후에는 내가 더 정결한 신앙인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곤 한다. 살아 가면서 고난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대부분의 성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이 구절을 좋아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이해는 대표적인 ‘발췌독’으로 인한 곡해다.

문맥상 의미

욥기의 맥락상 이 구절은 고난의 과정과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보기 어렵다. 욥기의 첫 부분부터 말하듯 욥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였다(욥 1:1). 사탄이 욥의 신앙을 모함했을 때 하나님께서도 방급 언급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표현으로 욥을 묘사했을 정도다(욥 1:8). 욥은 이미 불순물을 제거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흔히 ‘욥의 세 친구’라고 불리는 엘리바스, 빌닷, 소발이 욥이 당한 고난을 죄의 결과로 하나님께 벌을 받는 것이라고 비난했을 때도 하나님은 그들에게 노하시며 그들이 하나님에 대해 말한 것이 옳지 않다고 평가하셨다(욥 42:7). 나아가 욥은 그의 친구들과의 논쟁에서 자신이 당한 고난은 죄의 결과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항변한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라는 욥의 말은 그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욥은 세 친구와 차례로 세 번의 논쟁을 벌이는데 23장 10절은 세 번째 논쟁의 엘리바스의 주장에 대한 응수 과정에서 욥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중 했던 말이다. 이 구절을 새번역으로 읽어 보면 의미가 명확해 진다.

10 하나님은 내가 발 한 번 옮기는 것을 다 알고 계실 터이니, 나를 시험해 보시면 내게 흠이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련만!

새번역 욥 23:10

이 번역에 따르면 지금 욥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시는 하나님이 자신을 정확히 살펴 보신다면 자기가 ‘정금’ 혹은 ‘순금’처럼 흠이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으실 텐데 왜 이런 일이 자기에게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투의 한탄이다. 여기에 이어 11절과 12절을 읽어 보면 10절의 의미가 더 명확해 진다.

11   내 발이 그의 걸음을 바로 따랐으며 내가 그의 길을 지켜 치우치지 아니하였고
12   내가 그의 입술의 명령을 어기지 아니하고 정한 음식보다 그의 입의 말씀을 귀히 여겼도다

개역개정 욥 23:11-12

욥은 친구들과의 논쟁에서 위와 같이 자신은 항상 하나님의 길로 행했고,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지 않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귀히 여기며 살아 왔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따라서 욥 23:10의 ‘정금 같이 나오리라’라는 말(혹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은 정제의 과정 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자신이 그렇다는 욥의 항변이다.

성경을 읽으려면 문맥의 의미를 생각하며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욥 23:10의 개역개정 번역은 그런 노력을 하며 읽더라도 여간해선 오해할 수밖에 없도록 번역이 되어 있다. 그러니 성경 읽기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다양한 역본을 읽어 보는 것이며, 또 다른 노력은 양질의 성서학 서적을 읽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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