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아도나이, 아도니, 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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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님: 아도나이, 아도니, 아돈

(1) 아도나이: 위 세 단어 중 가장 흔하게 알려진 단어는 아마도 ‘아도나이’일 것이다. ‘아도나이’는 주(lord)라는 뜻의 ‘아돈’의 복수 연계형(아도네)에 ‘나’라는 접미사(아이)가 붙은 형태(아도네+아이)로 문자적으로는 ‘나의 주님들’이다(위 그림의 오른쪽 아래 형태). 하지만 히브리어에서 ‘복수’는 둘 이상의 숫자를 나타낼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해당 대상의 위대함이나 힘, 혹은 크고 넓은 범위를 가리킬 때도 쓰이기 때문에 복수로 쓰여도 번역에서는 단수로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는 ‘신’ 혹은 ‘신들’을 뜻할 수 있는 ‘엘로힘’이라는 말을 들 수 있고 이 ‘아도나이’도 같은 경우이다. 그래서 ‘아도나이’는 문자적으로 ‘나의 주님들’ 혹은 ‘나의 주님’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아도나이’라는 표현은 유대인들이 신을 지칭하기 위해 늘 쓰던 말이다 보니 그 용례가 그냥 ‘주님’이라는 뜻으로 고착되었다. 아도나이, 아도니, 아돈 중 하나님을 지칭하는 말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형태는 ‘아도나이’이다.

*참고: 히브리어는 ‘연계 구문’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둘 혹은 그 이상의 단어를 전치사나 다른 어휘를 쓰지 않고 나란히 놓기만 하여 서로 연결시키는 표현 방식이다. 가령 ‘나의 아들’은 ‘나’와 ‘아들’이라는 단어를 나란히 놓기만 하면 되는데, 히브리어 어순 상 ‘아들’+’나’가 되며 마지막에 나오는 ‘나’는 절대형이라 부르고 ‘아들’은 연계형이라 부른다. 해석은 일반적으로 소유격으로 한다. 연계형으로 쓰인 단어는 종종 모음 변화를 겪고, 특히 ‘ㅁ’으로 끝나는 남성 복수형의 경우 ㅁ이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엘로힘’에서 ㅁ이 탈락하고 모음 변화를 겪어 ‘엘로헤’가 된다는 것이다. ‘아돈’의 경우 복수는 ‘아도님,’ 복수의 연계형은 ㅁ이 탈락한 ‘아도네’가 된다. 단수의 경우 절대형과 연계형의 발음은 같으나 위에 이미지에서 보는 것처럼 ‘아돈’의 ‘아’가 연계형에서 축약모음(reduced)으로 바뀐다.

(2) 아도니: ‘아도니’ 역시 ‘아도나이’와 비슷하다. ‘아도니’는 ‘아돈’의 단수 연계형(아돈)에 ‘나’라는 접미사(이)가 붙은 형태(아돈+이)로 ‘나의 주님’이라는 뜻이다. ‘아도나이’가 주로 신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아도니’는 아랫사람이나 하인이 높은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헷족속 사람들이 아브라함에게 그의 가족 매장지를 어디든 원하는 대로 가지라고 말할 때 아브라함에게 매우 정중하게 대하며 그를 ‘주'(아도니)라고 불렀다(창23). 아브라함이 그의 종을 고향으로 보내 이삭을 위해 신부를 데려 오게 하였을 때 그 종이 리브가를 우물가에서 만난 일화에서도 리브가가 그 종에게 ‘주'(아도니)라고 불렀다. 라헬이 야곱과 함께 가나안으로 돌아올 때 우상을 몰래 훔쳐 오다가 라반의 추격을 받았을 때도 라헬이 자기 아버지 라반을 ‘주'(아도니)라고 불렀다(창 31장)

(3) 아돈: ‘아도니’와 ‘아도나이’의 기본형인 ‘아돈’은 구약성경 전체에서 13번밖에 나오지 않는다(13개 절에 13번: 창세기 2번, 이사야 5번, 예레미야 2번, 말라기 1번, 시편 3번). ‘아돈’의 경우 재미있는 것은 ‘~에게 주님/주인’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창세기 45:8은 요셉이 자기가 우여곡절 끝에 애굽의 통치자(주님)가 되었다고 형들에게 고백하는 부분인데 거기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님이 나를 바로에게 아버지로 삼으시고 그 온 집의 주로 삼으시며…” 이 구절에서 ‘온 집의 주’라는 표현을 개역개정에서는 소유격(~의 주)으로 번역했다. 하지만 히브리어 원문에서는 ‘~에게 주’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바로의 온 집에게 주인이 되게 하셨다. 이 부분이 흥미롭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주인’과 주인에게 ‘종속된 자’와의 관계에서 종속된 자가 주인을 ‘소유’하는 개념의 표현(가령, 나 주)은 조금 어색하기는 하다. 물론 소유격은 말 그대로 소유만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문제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주’를 표현하는 ‘아돈’은 종속되는 자가 ‘주’를 소유격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롭다. 아무튼 ‘아돈’은 창세기 48:8-9에 각각 한 번씩 총 두 번 나오고 그 후로는 이사야에 가서야 다시 등장한다. 그만큼 ‘아돈’이라는 어휘는 그 자체로는 잘 쓰이지 않는 편이다.

이사야에서 사용된 ‘아돈’은 ‘하아돈 야훼 츠바오트’라는 조합으로만 등장하는데, 이는 하나님을 지칭하는 매우 특별한 표현 중 하나이다. 개역개정에서 ‘주 만군의 여호와’라고 번역하며, 오직 이사야에만 딱 다섯 번 등장하는 매우 독특한 하나님의 명칭이다(1:24, 3:1, 10:16, 10:33, 19:4).

‘하아돈’의 ‘하’는 관사이다. ‘츠바오트’는 군대를 뜻하는 ‘차바’라는 명사의 복수형태이다(이 단어는 ‘남성’이지만 복수 어미가 여성형이 쓰이는 불규칙 명사이다). 우리말 ‘만군의 주 여호와’라는 표현은 ‘츠바오트’를 ‘만군’으로 ‘야훼’를 ‘여호와’로 표현하여 나온 번역이다.

이 표현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이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개역개정의 특징은 ‘야훼’를 ‘여호와’로 번역한다는 것이다. 일단 ‘여호와’라는 음역은 되도록 ‘야훼’나 ‘야웨’ 등으로 고쳐야 한다(야훼의 음역에 대하여는 이미 포스팅을 하였으니 참고 바람).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 기독교인들이 또 알아야 할 것은 세계의 대부분의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야웨’를 아예 발음하지 않고 ‘주님’이라는 말로, 즉 ‘아도나이’ 혹은 Lord라는 말로 바꾸어 말한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우리가 부모님의 성함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것처럼 ‘야훼’라는 신명을 함부로 발음하지 않고 ‘아도나이’라고 바꾸어 발음했다. 아마도 십계명에서 주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혹은 헛되게 부르지 말라는 명령을 따라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전통을 따라 대부분의 세계 기독교인들은 ‘야웨’를 ‘주님’에 해당하는 자기 말로 바꾸어 발음한다. 많은 영어 번역이 기본적으로 야웨를 Lord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또 미국의 신실한 기독교인들은 “oh my God”이라는 표현을 마구 쓰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이름을 헛되이 마구 쓰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do not use the Lord’s name in vain”라고 언짢은 듯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에는 ‘신의 명칭’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기독교 전통이 전해지지 않았고, 따라서한국의 개신교회에서는 ‘여호와’를 매우 쉽게 부르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한 몇 가지 평가가 가능하다. 우선 이러한 현상은 국제적인 기독교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는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원문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영어 성경의 Lord라는 번역을 보면 원문에 ‘야웨’가 쓰였는지 ‘아도나이’가 쓰였는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하아돈 야훼 츠바오트’는 “the Lord, Lord of hosts”라고 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 단어가 반복되는 어색한 말이 된다. 이런 이유로 영어 번역(NRSV)에서는 이 표현을 ‘the Sovereign, the Lord of hosts’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Sovereign’이라는 말은 원문에 나타나지 있지 않다. 따라서 번역 자체에서 ‘야훼/야웨’라는 말을 삭제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식인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유대인들처럼 번역 자체에는 ‘야웨’라는 표현을 보존하고 읽을 때만 ‘주’ 혹은 ‘주님’으로 바꾸어 말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참고: ‘아돈’의 ‘오’ 모음은 아래처럼 두 가지로 철자법으로 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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