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유머: 이삭이 이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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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26:6 이삭이 그랄에 거주하였더니
7 그 곳 사람들이 그의 아내에 대하여 물으매 그가 말하기를 그는 내 누이라 하였으니 리브가는 보기에 아리따우므로 그 곳 백성이 리브가로 말미암아 자기를 죽일까 하여 그는 내 아내라 하기를 두려워함이었더라
8 이삭이 거기 오래 거주하였더니 이삭이 그 아내 리브가를 껴안은 것을 블레셋 왕 아비멜렉이 창으로 내다본지라
9 이에 아비멜렉이 이삭을 불러 이르되 그가 분명히 네 아내거늘 어찌 네 누이라 하였느냐 이삭이 그에게 대답하되 내 생각에 그로 말미암아 내가 죽게 될까 두려워하였음이로라
10 아비멜렉이 이르되 네가 어찌 우리에게 이렇게 행하였느냐 백성 중 하나가 네 아내와 동침할 뻔하였도다 네가 죄를 우리에게 입혔으리라
11 아비멜렉이 이에 모든 백성에게 명하여 이르되 이 사람이나 그의 아내를 범하는 자는 죽이리라 하였더라

개역개정

오경에는 유사하거나 같은 사건이 중복되어 등장하는 경우(유사사건중복, doublet)가 있다. 대표적으로 한 족장이 아내를 누이라고 속이는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창12, 20, 26장에서 세 번 나오기 때문 중복(doublet)이 아니라 삼중복(triplet)이다. 문서가설(documentary hypothesis)의 관점에서는 이런 경우 보통 다양한 자료의 취합으로 생긴 결과로 본다. 즉 세 자료의 저자들이 하나의 전승을 각색하여 특정 의도를 가지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다른 자료를 만들었거나 아니면 원래부터 두, 세 가지의 버전으로 전승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한 사람의 저자가 의도적으로 세 번 반복하여 서사를 전개했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그 의도는,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희화 혹은 유머인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다.

  1. 아브라함이 두 번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고, 이에 이어 이삭이 또 그런 짓을 저질렀다. 우스갯말로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다. 아내 사라를 누이라고 속인 아브라함의 파렴치한 행동이 이미 두 번이나 반복하여 나온 상황에서 그 아들이 또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아니, 또!”라는 탄성을 터뜨리게 만든다. 그리고 어이없음의 웃음을 자아낸다. ‘위대한 이스라엘의 초기 족장’의 실망스런 행동을 보며 마치 ‘허무 개그’를 본 것처럼 실소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초기 족장들이 아내를 누이라 속이는 전승을 세 번 의도적으로 반복하였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희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 반복이 주는 희극적 요소에 더하여 재미를 더해 주는 또 다른 요소는 이삭이 그랄 땅에 오래 거주하였다는 사실이다. 동거인 여성이 자기 아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었을까? 꼬리가 길면 결국 밟히는 법이다. 그리고 이삭은 결국 꼬리를 밟히고야 만다. 그것도 자기 아버지처럼 그랄 땅에서 그 땅의 왕 아비멜렉에게 발각된 것이다. 아내를 빼앗기고 죽을까봐 거짓말까지 했지만 이삭의 욕정은 죽음을 넘어섰다. 누가 봐도 오누이간의 사이에 있을 수 없는 일을 밖에서 훤히 보이는 상황에서 저지른 것이다.
  3. 이삭이 아내 리브가에게 한 행동(껴안다)의 원어 어휘를 보면 이 이야기에 유머가 의도된 것이 더 분명해진다. 히브리어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음역과 번역을 섞어서 써 보면 아래처럼 재구성해 볼 수 있다.

이츠하크(이삭이) 메차헤크(이삭했다) 그의 아내 리브가를

이삭이 / 껴안았다 / 그의 아내 리브가를

“이삭이 이삭했다”는 표현은 당연히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린 것이지 실제로 ‘메차헤크’를 ‘이삭했다’로 표현할 순 없다. 그러나 ‘이츠하크’와 ‘메차헤크’는 ‘차하크’라는 공통의 어원을 갖는다. 이삭은 태어나기 전 이미 노년이었던 어머니가 아이를 갖게 된다는 하나님의 사자의 계시를 듣고 속으로 피식 웃었던 것 때문에 ‘웃음’이라는 뜻을 가진 ‘이츠하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그 이름의 어원이 ‘차하크’이다. 차하크는 웃음, 유희, 즐거움에 관련한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며 거기에는 성적 즐거움도 포함된다. 각종 히브리어 사전에 이 단어의 의미는 기본적으로 ‘laugh’로 되어 있으며 그 외 ‘have sexual pleasure,’ ‘fondle,’ ‘joke’ 등이 나타나 있다. 개역개정에서는 이 단어를 ‘껴안았다’라고 표현했는데, 꽤 완곡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새번역에서는 ‘애무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현대인인 우리는 고대인들이 ‘차하크’를 성적 유희를 뜻하는 말로 썼을 때 어느 정도의 행위를 상상했는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번역/해석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불분명해진다. 하지만 누가 봐도 남편과 아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정도의 행위, 혹은 누가 봐도 남매간에 할 수 없는 어떤 행위를 이삭이 리브가에게 했다.

‘메차헤크’는 ‘차하크’의 강의 능동 분사이다. 이런 점을 부각시켜 위 문장을 다시 해석해 보면 ‘성유희'(이삭)씨가 자기 아내에게 ‘성적 유희를 행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삭의 이름에는 성적 유희라는 의미가 없지만 문맥상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가 연달아 나와 성적 행위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의역도 가능할 것 같다. 따라서 이삭이 이삭했다는 말도 가능해 보인다.

  1. 그 외에도 이 일화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1) 이삭은 아내 때문에 죽을 것을 염려했다고 하면서 정작 그 지역의 최고 권력자의 코앞에 살고 있다. (2) 아비멜렉은 높은 곳에서 창을 통해 남을 집을 엿보고 있다. 남의 집안 일에 무슨 관심이 그렇게 많았을까? (3) 그리고 그 다음 절은 다음과 같다: “그래서 아비멜렉이 이삭을 불렀다” 여기에는 시간이 얼마나 경과한 후에 이삭을 불렀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즉시 이삭을 불렀다면 아주 재미난 상황이 된다. (5) 아비멜렉은 “백성 중 하나가 네 아내와 동침할 뻔하였다”고 말하지만 사실 엿보고 있었던 것은 자신이었고 리브가를 데려갈 권력을 가진 사람도 자신이었다.

성경은 종종 유머를 포함하는 혹은 유머를 의도한 이야기 단락을 가지고 있다. ‘경전’의 엄숙함과 위엄은 성경에 오직 심각한 이야기만 있다는 선입견을 만들지만 사실 성경은 이렇게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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