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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 2장에는 두 개의 창조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 번째 창조 이야기는 창 1:1에서 시작하여 창 2:4 전반절, “하늘과 땅을 창조하실 때의 일은 이러하였다”(새번역)라는 표현으로 마무리된다. 첫째 날부터 여섯째 날까지의 창조, 그리고 일곱째 날의 안식 이야기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아마도 성경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첫 번째 창조 이야기에서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이 이야기에 여호와/야웨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오직 ‘엘로힘’이라는 명칭만 등장한다는 것이다. 즉 야웨께서 천지를 만드셨다고 표현하지 않고 신(하나님)께서 천지를 만드셨다고 표현한다는 말이다. 문서가설 연구 초기에는 이러한 특징에 착안하여 이 본문의 출처를 ‘엘로힘자료’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이 본문이 안식일의 기원을 설명한다는 점과, 문체가 간결하며 정보 전달을 중시하는 듯 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구절(2:4a)에서 톨레도트라는 사제계자료의 특징적 어휘를 사용한다는 점 등을 들어 사제계자료, 즉 P로 분류한다.
두 번째 창조이야기는 첫 번째 창조 이야기와 달리 처음부터 ‘야웨’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창 2:4 후반절은 “야웨 하나님이 땅과 하늘을 만드실 때에”라는 말로 시작된다. 내용상으로도 “땅에는 나무가 없었고, 들에는 풀 한 포기도 아직 돋아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등 첫 번째 창조 이야기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야웨께서는 거의 가장 먼저 사람을 만든 후 에덴 동산을 추가로 만드시고 지으신 사람을 그 동산에 두신다. 이 기록에서는 1장의 창조 기사와 달리 창조의 세부 사항이나 순서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에덴 동산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 가장 큰 주안점이 있다. 초기 문서가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 점을 들어 두 번째 창조 이야기의 출처가 첫 번째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자료의 명칭을 신의 명칭을 따라 ‘엘로힘 자료’라고 했기 때문에 두 번째 자료의 명칭도 같은 방식으로 ‘야웨자료’라고 불렀다.
자료에 사용된 신의 명칭을 따라 자료에 이름을 붙이는 것의 문제는 금방 드러났다. E자료의 기자가 이스라엘의 신의 이름을 오직 엘로힘으로만 알았고 ‘야웨’라는 명칭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 또한 야웨자료의 기자라 해도 언제나 야웨라는 표현만 썼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엘로힘자료의 기자도 필요에 따라 야웨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엘로힘이라는 말만 등장한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엘로힘자료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창세기 1, 2장에 사용된 두 가지 신의 명칭과 두 가지 창조 이야기는 초기 문서가설 학자들로 하여금 오경에 두 개의 자료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각각을 엘로힘자료와 야웨자료로 인식하게 했다. 하지만 이름을 따라 자료의 명칭을 부르는 것의 문제점은 금새 인식되었다. 또한 신명기자료와 사제계자료의 존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두 자료 가설’은 사라지고 자료의 명칭도 조정되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현재 첫 번째 창조 이야기는 문체의 간결성, 사용된 어휘(예컨대 2:4a에 사용된 ‘족보’ ‘내력’ 등을 의미하는 ‘톨레도트’), 그리고 안식일의 기원에 대한 설명 등을 이유로 사제계자료로 분류된다. 제사장들은 율법(안식일), 족보 등을 중시하고 서사적 재미보다는 정보 전달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창조 이야기의 경우 여전히 야웨자료로 분류되지만 이름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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