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2)

Excerpt

학문은 학문다워야 한다. 신앙 때문에 이성적 판단을 억눌러서는 안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어떤 ‘신앙인’들은 그 ‘신앙’ 때문에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다(flat earthers). 성경이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신앙인이라고 해서 이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신앙은 이성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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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배워야 하나?

성공적으로 배움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물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접해 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수용과 비판의 과정을 밟아 가야 한다. 그런데 내가 이 질문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방향이 조금 다르다. 나는 여기서 학문과 신앙의 실질적 괴리와 이에 대한 극복 요령(즉 신앙에 대한 변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신학은 학문이다. 이성으로 하는 것이 학문이다. 학문은 학문다워야 하다. 신앙 때문에 이성적 판단을 억눌러서는 안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어떤 ‘신앙인’들은 그 ‘신앙’ 때문에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다(flat earthers). 성경이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신앙인이라고 해서 이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신앙은 이성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된다. 신앙은 이성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신앙은 신비의 영역에 있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듯싶다. 따라서 신학을 통해 재정립된 사고가 신앙에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부분을 인식해야 한다. 이성은 신비의 영역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앙과 신학 사이에는 엄연한 괴리가 존재한다. 이 부분을 인정하고 학문은 학문답게, 신앙은 신앙답게 추구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신비와 이성의 영역을 나누고 신학을 공부하다 보면 아마도 신앙과 신학이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됨을 느끼게 된다. 이 괴리는 한 없이 커지게 둘 수 없다. 따라서 신학도들은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슨 말인가? 우리는 지구가 평평하지 않아도 신앙이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경의 세계관이 현대의 세계관과 다르다”라고 변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학을 배워가며 벌어져 가는 신앙과 학문 사이의 간극은 스스로 변증을 통해 지속적으로 좁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변증 방법은 ‘기존 지식의 불확실성’을 인식해 나가는 것이다. 즉 내가 기존에 역사적 사실로 이해하고 있던 어떤 성경의 내용이 사실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성경의 역사성에 대한 집착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일반 성도들이 성경에 쓰여 있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성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소리이기도 하다.

예컨대 창세기 1장의 창조 기록을 ‘역사적 사실’로 접근한다면 하나님은 ‘첫 날’ 빛을 만드셨다. 그런데 ‘첫 날’이라는 개념은 현재의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말하자면 반드시 태양계가 전제되어야 하며, 지구는 태양을 중심에 두고 자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성경은 진술은 전혀 이러한 세계를 전재하지 않는다.

낮과 밤을 주관한다고 하는 ‘큰 광명'(태양)과 ‘작은 광명'(달)은 넷 째날에 가서야 만들어진다. 그러니 ‘첫 날’이란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창세기의 창조에 대한 진술들은 역사로 접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하나님이 몇 째 날에 뭘 만드셨다고 믿는 것 자체가 이미 역사 오류이며, 이 본문의 접근 방식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본문을 이해 해야 할까? 우리는 적어도 이 본문의 역사성에서 신적 진리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뭔가 다른 면을 보려고 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누군가는 여전히 성경 기록이 내포한 진짜 역사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평생 동안 진리와 역사성을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질문과 씨름하며 스스로 자신의 신앙을 변증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왜 성경 기록의 역사성에 대한 회의가 왜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 성경의 기록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역사적 사실일 때만 기독교 신앙이 성립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연 바람직한가?
– 만일 성경의 기록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닌데 신도들은 그렇다고 믿고 신앙을 갖게 된다면 기독교는 역사 왜곡 위에 지은 집이 되는 것이 아닌가?
– 성경의 진리가 기록의 역사성이 보장될 때만 인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과연 정당한가?
– 거룩한 신적 진리는 역사적 사실에서만 찾을 수 있는가? 허구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할 수는 없는가?

학문과 신앙의 간극을 좁혀가는 변증의 과정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중요한다.

명심하자. 성경 기록의 역사성은 단지 학문적으로 검토될 부분이지 성경이 가진 진리의 토대는 아니다. 초보 신학도들은 학문으로서의 신학을 배우게 된다. 철저히 이성적 사고로 성경을 분석하는 과정을 보게 되는 것이고, 이런 류의 접근법은 지금까지 가졌던 성경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에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 과정은 지구가 온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며,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사실은 지구가 태양계의 일부이며 우주는 그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과 마주해야 했던 때의 감정과 비슷한 것이다.

신학은 ‘과학적 사고’와 손잡고 매우 오래 전부터 이렇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왜곡된 지식들과 싸우며 발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소위 ‘신앙이 돈독한 사람들’은 신학을 ‘신성 모독’으로 정죄했고 변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바람직한 신학도로서의 자세는 신앙이라는 가면을 쓴 반지성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신학도는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알게되는 성경의 다양한 면모들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수용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적극적인 변증을 통해 스스로의 신앙을 재정립해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로써 기독교 지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은 ‘서로에게 배우라’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학문과 신앙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권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공식적인 신학 교육 기관 밖의 어떤 경로를 통해서 학문적 신학을 접하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학생의 경우는 같은 고민을 가진 많은 동료들과 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게 된다. 이것은 분명히 특권이다. 그러니 그 특권을 활용할 기회에 스스로를 자주 노출시키고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신학교는 다양한 지역 교회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한 두 교회에만 소속이 되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자기 사고의 틀을 깨기 어렵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신학교에서는 다양한 교회에서 다양하게 신앙 생활을 해 온 사람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아 볼 기회가 자주 생기게 된다.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신앙 생활을 해 왔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같은 성경을 가지고 똑 같이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교류는 내 생각을 내려 놓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학문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며, 더 나아가서는 신앙이라는 신비의 세계를 탐험해 가는 길에도 서로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배움의 방법이다.

마치며

이 글이 초보 신학도들의 학문과 그들의 신앙 진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2 thoughts on “신학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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