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 이브, 잇샤

Excerpt

이 글은 우리가 하와라고 부르는 사람의 이름이 왜 영어에서는 이브인지, 그리고 또 다른 명칭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룹니다.

잇샤에서 하와로

temptation, Adam and Eve
Jebulon, CC0, via Wikimedia Commons

창세기 1장과 2장은 세상의 시작, 곧 창조에 관한 이야기이다. 1장에서 신은 여섯 째 날에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2장에 따르면 신은 아무 것도 없이 오직 마른 땅만 있을 때 사람(아담)을 만들었다(2:7).

창세기 2장에서 최초로 창조된 ‘사람’은 우리가 흔히 ‘아담’이라고 알고 있는 인물이다. 창세기 2:20까지 그는 유일한 인간이었는데 21절부터 상황이 바뀐다. 신은 ‘그 사람’(하-아담, 아담에 정관사가 붙은 형태, 특정 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사람’을 뜻하는 일반 명사)을 잠들게 한 후 그의 갈비뼈 하나를 빼서 ‘여자'(잇샤)를 만든 것이다. 그 사람(하-아담)은 자기 뼈를 취하여 신이 창조한 또 다른 한 사람을 보고 ‘여자'(잇샤)라고 불렀다. ‘남자'(이쉬)에게서 취하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보면 아담이 처음으로 하와를 불렀을 때 썼던 표현은 하와가 아니라 ‘잇샤’였다. 이 표현은 ‘여자’라는 뜻이며 ‘아내’라는 말도 된다. 그런데 그 여자는 3장에서 이름이 ‘하와’로 바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악과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하와는 계속 ‘잇샤’로 지칭된다. 그러다가 신이 두 사람에게 저주를 내리고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까지 들은 후인 3장 20절에서 그 사람(하-아담)은 ‘잇샤‘에게 ‘하와‘라는 이름을 준 것이다(*흥미로운 점은 여기까지 내용에서 ‘아담’은 이름이라기보다 줄곳 ‘사람’이란 의미로 등장한다는 것).

이야기의 흐름상 자연스러운 전개는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야기는 두 사람의 형벌 혹은 저주에 관한 것이었으며 최종적으로 그들이 죽어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하-아담)이 다른 피조물들에게 이름을 주는 내용은 사실 2장에 이미 등장했다. 그런 면에서 ‘그 사람'(하-아담)이 ‘하와‘라는 이름을 준 이야기는 하와가 창조된 2장이 더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3장 20절에 가서야 ‘하와’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이유는 아마도 3장의 ‘선악과 사건’ 속에 ‘하와’라는 이름이 아닌 ‘잇샤’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2장에서 아담이 ‘잇샤’를 즉시 ‘하와’라고 불렀다면 3장의 ‘선악과 사건’에서 그 여자는 ‘하와’라는 이름으로 등장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편집자가 가지고 있던 ‘선악과 사건’의 전승에는 ‘하와’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편집자는 ‘선악과 사건’이 끝난 시점에서 ‘잇샤’를 ‘하와’로 개명하는 내용을 넣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와 혹은 이브

우리가 알고 있는 ‘하와’라는 이름의 히브리어 발음은 ‘합바'(havva)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일반적이다. 히브리어 자음 중 ‘바브’라는 문자를 ‘와우’라고 하는 유대인들이 있는데, 그들은 그 글자를 v가 아닌 w로 발음한다. 한글 성경에서 ‘합바’를 ‘하와’라고 음역한 것은 이러한 전통을 따른다(해당 자음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 이 이름은 ‘삶’ 혹은 ‘생명’을 의미하는 ‘하야’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다. 성경 본문에서는 ‘산 자의 어머니’라는 은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영어권에서는 하와/합바를 이브(Eve)라고 음역한다. 이 음역은 ‘하와’를 직접 음역한 것이 아니라 이 어휘의 그리스어 음역을 (라틴어를 거쳐) 다시 영어로 음역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와’의 그리스어 음역은 ‘휴아'(Εὕα)인데, 그리스어 알파벳은 앞선 예시(ὑ upsilon)처럼 위에 ‘숨표’가 있는 경우 h/ㅎ 을 첨가하여 발음한다(다른 하나의 기호는 액센트 기호이다). 우리 글처럼 ㅎ이나 영어의 h소리를 내는 기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그리스어 표기를 숨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라틴어(로마자)로 옮기면 숨표가 사라지면서 ‘하와’의 ㅎ/h 소리가 없어진다(휴아–>유아).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변형이 일어난다. 그리스어 문자 υ는 라틴어상으로는 v모양으로 옮겨 적는다. 하지만 발음은 그리스어의 upsilon과 유사하다. 그래서 ‘하와’의 라틴어 음역은 ‘Eva’가 된다. 이 단어를 영문으로 차용하고, 마지막 ‘a’가 약화 되면서 결국 하와는 Eve로 정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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