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카프 kaph는 영문자 k 한글로는 ㅋ으로 표기할 수 있는 자음입니다. 단순하죠. 그런데 이 문자의 발음이 조금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먼저 카프 kaph는 베트, 기멜, 달레트와 마찬가지로 베가드케파트 문자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1) 기본 소리는 강한 소리이고 모음 바로 뒤에 나올 때 (2) 발음이 부드러워지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ㅋ이나 영문자 k소리는 기본 소리이고 강한 소리에 해당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하기 앞서서 우선 한글 ㅋ으로 표기할 때와 k로 표기할 때의 소리 차이를 알아 보겠습니다. 물론 이 두 문자는 유사한 소리이긴 하지만 영문자는 유음 / 유성음이고, 한글 자음은 무음 / 무성음, 즉 닿소리입니다. ㅋ은 모음과 닿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죠. 반면에 영문자 k는 그 자체로 소리가 있기 때문에 모음이 없이도 소리가 납니다.
예를 들어 영단어 beak(부리)의 발음은 우리말로 ‘비크’라고 써야 자연스럽죠. 그런데 이 영단어를 초성, 중성, 종성의 구조로 음절을 분석하면 우리말 ‘비크’와 달리 하나의 음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b가 초성, ea가 모음으로 중성, 그리고 k가 종성, 즉 받침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 단어를 한글로 초성, 중성, 종성을 조합하면, ‘빜’이라고 써야 합니다. 여기서 종성에 해당하는 k를 ㅋ으로 옮겨도 ㅋ은 그 자체로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단지 폐쇄음을 만드는 역할만 하지 k의 소리를 나타내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직관적으로 beak라는 단어를 한글로 옮기라고 하면 당연히 k소리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비크’라고 쓰죠. ‘빜’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이처럼 히브리어 카프 kaph는 기본적으로 유음 유성음이고 그 자체로 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ㅋ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한글 자음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1) 기본 소리(강한 소리)
이제 자음의 기본적인 성질에 대해서 알아 봤으니까 진짜 카프 kaph의 소리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베가드케파트 문자로서 카프 kaph는 ‘강한’ 기본 소리가 있고 모음 직후에 나올 때 발음하게 되는 부드러워진 소리가 따로 있습니다. 모든 베가드케파트 문자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다 마찬가지로 부드러워진 소리를 낼 때는 기음, 즉 숨소리를 더 많이 섞어서야 내야 강한 기본 소리와 구분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카프 kaph의 경우도 기본 강한 소리에 기음을 더 섞어 내야 부드러워진 소리를 낼 수 있겠죠.
그런데 제가 방금 말씀 드린 카프 kaph의 기본 소리인 k는 그 소리에 기본적으로 기음이 섞여 있습니다. /k/ /k/ /k/
들으신 것처럼 k 소리는 본래 숨소리가 그 발음에 많이 섞여 있죠. 그래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사실 거기까지는 제가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유대인의 성경 낭독을 유심히 들어 보면 카프 kaph를 k처럼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ㄲ에 가까운 소리로 발음을 합니다. 하지만 한글 ㄲ과 똑 같다기보다 k를 아주 강하게 해서 ㄲ처럼 들릴 정도로 발음하는 것이지 정말 ㄲ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테트‘의 발음을 설명할 때 히브리어에 ‘강조음‘이란 부류의 자음이 있는데, 그 경우 다소 경음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래서 테트는 ㄸ과 ㅌ 사이의 발음을 하는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사실 카프 kaph는 분류상 ‘강조음’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실제 발음을 들어 보면 상당히 경음화해서 발음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다시 말해서 ㅋ 보다는 ㄲ에 가까운 소리라는 거죠.
예를 들어 제사장을 의미하는 ‘코헨’이란 단어의 ‘코’ 발음에 첫 소리가 카프인데요. 이 단어를 보통 ‘코헨’이라고 읽기도 하고 음역할 때 ‘코헨’으로 쓰기도 하지만 실제 읽는 소리를 들어보면 거의 ‘꼬헨’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는 거죠. 하지만 한글로 ‘꼬’헨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약하긴 하지만 ㅋ이나 k소리가 들리기는 합니다. 한 번 연습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2) 부드러운 소리
자 이번에는 부드러워진 소리로서의 카프 kaph의 발음을 공부해 보겠습니다.
다른 베가드케파트 문자와 마찬가지로 카프 kaph는 개음절 직후에 나올 때, 다시 말해서 모음 뒤에 이어 나오면서 초성으로 쓰일 때 부드러워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기음이 많이 섞인 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k소리는 이미 기음이 많이 섞인 소리라고 했죠. 그래서 강한 소리는 약간 경음화 해서 ㄲ처럼 소리낸다고 했으니까 부드러워진 소리는 그냥 k소리를 내면 되나?하는 생각이 드실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부드러워진 카프 kaph의 발음은 그보다 더 많이 기음을 넣어 소리를 냅니다. 한 번 발음해 보겠습니다.
/ch/ /ch/
소리 자체는 흉내내기 어렵지 않지요. 그런데 지금 들으신 소리가 헷갈리는 부분이 뭐냐하면, 이 소리는 앞서 배운 ‘헤트’의 발음과 사실상 구분이 안된다는 거예요. 다른 분들은 이게 구분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나름 외국어 발음을 예민하게 잘 구분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헤트의 발음과 카프 kaph의 부드러워진 발음이 구분이 잘 안간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제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은 이런 발음 상의 특징을 이해하시는 상태에서 실제로 히브리어 본문을 읽으실 때는 너무 발음을 정확하게 다 구분해서 발음하려고 하시기 보다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구분해서 편리하게 발음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카프의 본래 발음은 그냥 ㅋ나 k로 발음을 하신다든지 아니면 그냥 ㄲ으로 발음을 하시고 카프의 부드러운 발음은 독일어의 ch같이 발음을 하시되 되도록 ㅋ이 더 섞인 소리를 내려고 하시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트의 경우는 ㅋ소리를 최대한 배제한 발음으로 목구멍에서 내는 강한 ‘흐’소리처럼 하나하나 구분된 소리로 정립을 하신 후에 꾸준히 같은 방식으로 읽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 표기법
마지막으로 표기법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베가드케파트 문자로서의 카프 kaph의 표기법은 강한 기본 소리에서는 다게쉬 레네, 연강점을 찍습니다. 기본 소리이지만 강한 소리이기 때문에 ‘강하다’는 표시를 다게쉬를 가지고 해 주는 것이구요. 따라서 부드러워진 소리는 기본 소리에서 변한 소리이긴 하지만 다게쉬를 쓰지 않는 방식으로 표기하게 됩니다. 따라서 기본 문자를 그대로 쓰면 변하여 부드러워진 소리를 내라는 뜻이 됩니다.
이상으로 표기법까지의 설명을 모두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