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장인: 르우엘, 호밥(처남?), 이드로

Excer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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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10:29은 모세의 장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모세가 모세의 장인, 미디안 사람, 르우엘의 아들 호밥에게 이르되.

이 번역만 보면 모세의 장인이 정확히 누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호밥일 수도, 르우엘일 수도 있다. 출 2:18은 르우엘을 모세의 장인으로 소개하기 때문에 이 구절에서 모세의 장인으로 소개된 사람은 르우엘이라고 이해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르우엘의 아들인 호밥은 모세의 처남이다. 그런데 그렇게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 삿 4:11에서 모세의 장인은 호밥이다. 따라서 민 10:29에서 모세의 장인은 호밥으로도, 르우엘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추가로 출 3:1을 따르면 모세의 장인의 이름은 이드로이다.) 하지만 이 구절의 어순을 살펴 보면 모세의 장인은 호밥일 가능성이 높다.

민 10:29의 히브리어 어순은 다음과 같다

말했다, 모세가, 호밥에게, 르우엘의 아들, 미디안인, 모세의 장인.

이 구절에서 모세의 대화 상대인 호밥은 어순상 우리말 번역과 달리 가장 먼저 등장한다. 그 후에 등장하는 르우엘의 아들, 미디안인, 모세의 장인이라는 표현은 모두 호밥을 묘사하는 표현들이다. 물론 이 구문을 반드시 그렇게 해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민 16:1을 보자.

“레위의 증손 고핫의 손자 이스할의 아들 고라”(개역개정)라는 표현의 본래 어순은 “고라, 이스할의 아들, 고핫의 아들, 레위의 아들”이다. 이 말은 고라가 이스할의 아들이며 이스할은 고핫의 아들이고 고핫은 레위의 아들이라는 말인데, 이렇게 누구의 아들이라는 표현을 있는 그대로 위와 같이 번역하면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뜻을 명확히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면 문장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개역개정판에서는 어순을 바꾸어 증손, 손자, 아들이라는 말로 간단히 표현한 것이다. 만일 이러한 방식으로 민 10:29의 구문을 이해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자.

만일 우리가 이 구문을 민 16:1의 구문과 같은 것으로 보고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려 들면 르우엘은 미디안인이며 미디안인은 모세의 장인이라는 식으로 풀어 써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이 구문을 정확히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여기에 열거된 표현들(르우엘의 아들, 미디안인, 모세의 장인)은 모두 호밥을 묘사하는 것이지 각 표현 직전에 있는 말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르우엘⤻미디안인⤻모세의 장인). 모세는 호밥과 이야기를 했고 본문은 호밥이 누구인지 설명하기 위해 부수적인 정보들을 추가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강조점은 르우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호밥에게 있고, 미디안인이며 모세의 장인인 사람은 호밥이지 르우엘이 아니라는 말이다. 서술자가 모세가 호밥과 이야기한 부분에서 길게 르우엘이 누구인지 설명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이 구문에서 모세의 장인은 르우엘이 아니라 호밥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 주장에 약간의 힘을 실어 주는 또 하나의 근거는 창 25:3의 칠십인역에서 찾을 수 있다. (다만 이 구절의 마소라 본문과 칠십인역이 꽤 다르다는 점은 이 근거의 약점이기도 하다)

창 25:3의 칠십인역에 따르면 ‘르우엘'(Ραγουηλ)은 아브라함이 후처 그두라로부터 낳은 아들의 후손의 이름이다. 정확히 말해 아브라함은 그두라에게서 욕산과 미디안 등 여섯 명의 아들을 낳았고, 욕산은 드단을, 또 드단은 르우엘을 비롯한 다섯 명의 아들을 낳았다(마소라 본문에서는 세 명이다). 그렇게 보면 ‘르우엘’은 ‘미디안'(아브라함과 그두라의 아들)에게는 형(욕산)의 손자였고, 루우엘에게는 할아버지의 동생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르우엘’을 소개한 직후 창 25:4에서 미디안의 아들을 소개한다는 점과, 그후에 이 족보를 마무리하는 말로 이 모든 아들이 다 그두라의 ‘아들’이라고 정리한다는 사실이다. 개역개정에서는 ‘그두라의 자손‘이지만 ‘아들‘을 뜻하는 ‘‘이라는 단어가 쓰였다. 물론 ‘벤’은 자손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아들’이라는 말로 ‘자손’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두라 슬하의 자손들을 ‘아들’이라는 말로 묶어 가까운 관계로 여겨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를 근거로 르우엘은 그두라 ‘아들’의 테두리 안에서 미디안과 매우 가까운 사람이 되며(실제로 가까운 친족이기도 하다), 또한 르우엘의 정체가 아브라함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한 문중의 조상격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민 10:29에서 호밥이 ‘르우엘의 아들, 미디안인’이었다는 것은 미디안인 중 르우엘 문중이었다는 말이 된다. 바꿔 말하면 민 10:29의 ‘르우엘의 아들 호밥’은 ‘르우엘의 자손 호밥’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문제가 되는 것은 누가 모세의 장인인가가 아니다. 삿 4:11에서 모세의 장인으로 소개된 호밥은 ‘겐 사람’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된다. 이 문제는 안타깝지만 쉽게 해결 될 수 없다. 겐 사람은 가인의 후손이기 때문에 아브라함의 족보와 연결될 수 없고, 따라서 미디안 족속과도 연결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들’과 ‘자손’의 번역 문제에 대하여는 다시 포스팅 할 예정임)

2 thoughts on “모세의 장인: 르우엘, 호밥(처남?), 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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