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마당] 하나됨의 선하고 아름다움

Excerpt

기독교 신앙은 내세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현세를 중시하면 세속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신앙은 어느 한 극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은 현세 신앙의 성경적 근거를 찾으며, 내세와 현세를 이으려고 했던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성서마당 140호

하나됨의 선하고 아름다움

한국성서학 연구소, 『성서마당』 140호, 2021년 겨울호에 실린 저의 글을 소개합니다. 대중을 위한 성서학 매거진 『성서마당』은 ‘설교를 위한 성서 연구’라는 코너를 통해 설교자들이 쉽게 성서학 연구 결과를 접하고 이를 토대로 설교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제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매거진을 구독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편 133편은 거룩한 축일에 순례자들로 붐비는 예루살렘 광경을 바라보는 한 시인의 감격을 노래한다.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가 차례로 멸망한 뒤 페르시아 시대가 도래하여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이 본토로 돌아 왔다. 이때 부터 이스라엘의 제2성전기가 시작되는데, 이 시기는 분열의 시대였다. 돌아온 자들과 남아 있던 자들, 북쪽 출신과 남쪽 출신, 가진 자들과 소외된 자들, 그리고 오랜 시간 서로 떨어져 지내며 생긴 가치관과 신학의 차이 등으로 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진통을 치르게 되었다. 특히 남 유다와 예루살렘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자들은 신명기에 특화된 ‘제의중앙화’ 사상을 내세우며 배제와 차별을 경전으로 정당화했다. 하지만 시편 133편의 시인은 예루살렘을 대표하는 ‘시온’이 아닌 ‘헐몬’을 강조한다.

헐몬은 본래 북방의 끝자락, 단 지파가 있던 지역의 산으로 벧엘과 더불어 북왕국의 주요 성소가 있던 곳이며, 신명기와 신명기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죄와 부패의 온상으로 여겨지며 늘 홀대받던 곳이다. 하지만 이 시의 기자는 그런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린다’고 표현하며 헐몬을 하나님의 복이 시작되는 곳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

시편 133편은 하나됨을 위해 획일화와 통제를 선택하지 않고 포용과 공존을 선택한다. 시인은 몰락한 예루살렘만큼이나 황폐화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야웨의 뜻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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