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은 무려 150편이나 되는 ‘시‘로 구성된, 신구약 성경을 통틀어 성경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책이다. 분량이 많다는 것이 별 의미가 아닐 수도 있으나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분량이 많은 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중요한 문헌의 우리말 이름은 ‘시편‘이다. 오늘은 이 용어에 대해서 간단하게 한번 알아보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시편의 표제에 대해 알아 보자. 요즘 대부분의 우리말 성경에는 각 시편 위에 표제들을 보여 주고 있다. ‘다윗의 시’, ‘인도자를 따라 부르는 노래’, ‘알다스햇에 맞춘 노래’ 같은 표현들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표제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처음 언급한 “다윗의 시“라는 표제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시‘라는 단어이다.
시편의 표제에서 ‘시‘는 히브리어로 ‘미즈모르‘를 옮긴 것이다. 총 57개의 시편에 ‘시‘라는 표제가 붙어 있고, 이 말의 뜻은 노래, 연주, 찬양 등을 아우르는 일종의 음악을 종합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사람이 부르는 노래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개념이다. 미즈모르라는 단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다른 표제어는 ‘쉬르‘인데, 이 단어는 총 30번 쓰였다. 비교해 보자면 미즈모르라는 장르가 얼마나 많이 쓰인 것인지 알 수 있다.
미즈모르로 분류된 ‘장르‘가 이 책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어 번역가(들)은 이 책을 미즈모르를 번역하여 ‘프살모스‘라고 불렀다. 위에 언급한 대로 미즈모르는 노래, 찬양, 연주라는 뜻이며 당연히 그리스 말 ‘프살모스‘도 그와 유사한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말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부분이 있다. 우리말 ‘시편‘이란 표현은 문학 장르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물론 시를 사용해서 노래를 만들기도 하지만 시는 기본적으로 ‘글’이다. 이 글을 통해서 내가 알리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글’로만 이해하는 이 ‘시편’이라는 책의 본래 장르는 찬양 가사집, 즉 음악의 한 요소였다. 그리고 이 찬양 가사들은 지금 우리가 예배 시간에 부르는 노래들과 흡사하게도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라기보다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갖가지 고백과 기도와 감사와 찬양들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편은 위로부터 내려온 계시라기보다 근본적으로 아래로부터 위로 고백되어 올라 간 것이다.
우리말 제목 ‘시편‘이란 표현은 이 책이 예배에서 실제로 음악적 요소와 더불어 쓰여졌었던 본래 기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즉 ‘시’란 표현은 이 책이 다른 성경 본문들과 같이 오직 ‘글’로 인식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소위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시편’의 기능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고대인들의 삶에서 우러나온 신앙의 표현으로서의 찬양과 기도가 우리 성경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찬양 가사집을 읽을 때 단순히 ‘주어진 말씀’, 혹은 ‘계명’이 아니라 인간이 드린 찬양과 기도로 바라보면서 하나님께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에 몇 글자 적어 본다.
2 thoughts on ““시편”이란 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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