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시리즈(2-1): 당신도 사이비에 빠질 수 있다

Excerpt

이 글은 사이비 시리즈의 두 번째 글입니다. 쓰다 보니 두 번째 글이 너무 길어져 세 개로 분할했습니다. 이 글은 그 중 첫 번째 글로 누구나 사이비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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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가 사이비에 빠지나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 신천지가 구설수에 올랐을 때도 그렇고 과거에 사이비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그렇고, 늘 이런 일이 불거지면 ‘어떻게 저렇게 어처구니 없는 종교 사기에 빠져들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반응을 쉽게 접하게 된다. 자신은 사이비에 빠질 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사이비 신도들은 세상을 거꾸로 본다. 옳은 일은 잘못으로 잘못은 옳은 일로 여긴다.

이렇듯 사이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이비에 빠져 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당신조차도 사이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나아가 나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특정 종교와 연루되어 있지 않을 뿐 실제 행동은 마치 거꾸로된 세상에 사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사이비 신도를 쉽게 비판하는 당신도 사이비에 빠진 사람과 비슷하게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싶다.

2.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

2.1. 반지성주의, 확증 편향, 자기 합리화

사이비에 빠지는 것은 반지성주의, 확증 편향, 그리고 자기 합리화 때문이다. 그런데 신앙은 일반적으로 이런 요소들을 기반으로 유지된다. 신앙은 신비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성적 사고의 결론으로 도달할 수 없다. 불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신앙에는 기본적으로 반지성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때때로 확증 편향과 자기 합리화가 동원된다. 다시 말해서 사이비 신앙이든 정통 교단의 신앙이든 신앙을 가진 사람의 정신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사이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정하기 싫고 불쾌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인정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사이비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다음 예를 보고 당신의 신앙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2.2. 해가 멈출수 있다고 믿는가?

구약성경에는 많은 초자연적 현상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파격적인 기적은 단언컨대 해가 중천에 뜬 채 종일 머물러 있었다는 여호수아서의 기록이다(수 10:12-13).

12   여호와께서 아모리 사람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넘겨 주시던 날에 여호수아가 여호와께 아뢰어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이르되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할지어다 하매
13   태양이 머물고 달이 멈추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기까지 하였느니라 야살의 책에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고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

수 10:12-13(개역개정)

나는 지금껏 이 본문으로 설교하는 분들 중 이 구절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해석하여 교훈을 이끌어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구절은 결코 역사적 사실일 수 없다. 태양이 중천에 머문 채 움직이지 않는 사건은 지구가 일시적으로 자전하지 않는, 우주적 재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하나님이 그런 일을 일으킬 어떤 이유도 없다.

성경에 이런 비과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이 책이 고대의 문서이기 때문이다. 여호수아의 최종 본문(현재 형태의 본문)의 편집자는 이 기록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두었다. 어쩌면 본래는 없던 본문이지만 편집자가 직접 추가했는지도 모른다. 왜 그랬을까? 당연히 그는 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지구는 세상의 중심이었으며, 해와 달과 별은 지구를 중심으로 뜨고 졌다. 그에게 지구는 평평한 곳이었고, 세상만사는 신의 의지에 따라 일어났다. 그 외에 달리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틀이 없었다. 과학을 전혀 몰랐던 여호수아의 편집자에게는 태양이 멈추는 일이 가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상식을 갖춘 현대인들에게 지구의 자전이 멈춰야 가능한 이 내용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이 구절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들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가 반지성성이 작용하는 지점이다. 그 믿음은 성경의 모든 기록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믿음이며, 그 사실들이 가리키는 신의 역사가 모두 사실이라는 믿음이고, 그런 위대한 일을 하실 수 있는 신은 한없이 위대하다는 믿음이다. 

자신이 믿는 신의 위대함의 근거는 성경의 기록이 사실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이렇듯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성경 기록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쌓아 올린다. 만일 그 가정이 위협을 받게 되면 그 위에 쌓아 올린 믿음은 무너진다. 따라서 자기 믿음을 지키기 위해 성경의 모든 기록이 사실 역사라는 판단, 예컨대 지구가 자전을 멈출 수 있다는 반지성적인 판단을 하게 되거나 혹은 아예 그런 사고 자체를 간과하게 되고, 그에 대해 확증 편향성을 갖게 되고, 어떻게든 그것을 합리화한다(혹은 골치 아픈 생각은 그냥 하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 그런 믿음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분명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여기며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 할 것이다. 그러니 현재 기독교 신앙은 (아직까지는) 반지성, 확증 편향, 자기 합리화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고, 이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음 포스트(2-22-3)에서는 이러한 반지성주의적 신앙이 가진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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