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시리즈(2-3): 당신도 사이비에 빠질 수 있다

Excerpt

사이비 시리즈 두 번째 글이 길어져 세 개로 나눕니다. 이 글은 세 번째 글로 반지성주의적 사고는 신앙을 가진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룹니다.

4. 반지성주의적 사고의 일반 문제

종교 문제가 현재 조명을 받고 있어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 문제시 될 뿐 사실 세상에는 반지성주의적 사고, 확증 편향, 자기 합리화에 빠져 세상을 거꾸로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니 사이비나 기독교의 문제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자신의 문제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앞서(사이비 시리즈2-1) 언급한 것처럼 사이비 신도를 쉽게 비판하는 당신도 비상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사이비 같은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 세 가지 경향을 가진 사람들은 평상시 크고 작은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면서도 그것이 잘못인 줄 모르고 오히려 옳게 여기며 자신과 주변에 불편과 해를 끼치게 된다.

단지 견해의 차이일 수 있는 사안을 옳고 그름이라는 흑백 논리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니다. 사이비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단지 견해의 차이일 수 없듯 우리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많은 일들 중에도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옳은 것은 그른 것으로, 그리고 그른 것은 옳은 것으로 여기며 자기 자신과 주변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지성주의 일반 예

-물백신

세상을 거꾸로 보며 사회에 피해를 끼친 최근의 대표적 사례는 ‘물백신’ 주의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도 백신이 하나 둘씩 개발되었고 한국에도 마침내 총 6개의 백신이 수입되어 접종이 시작되었다(바이러스벡터 백신 2종(아스트라제네카, 얀센), mRna 백신 2종(화이자, 모더나), 합성항원 백신 2종(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 등 총 6종: 출처). 백신이 처음 나왔던 시기만 해도 특정 사람들은 “왜 백신 수입이 이렇게 늦어지느냐?”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들은 백신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나라보다 조금 늦게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당시 한국 상황에서는 더 합리적이라는 사실에는 귀를 닫았다. 그러다가 백신 접종이 시작되니, 왜 백신이 이렇게 부족하냐며 또 불평을 늘어놓았다. 전세계가 필요로하는 백신을 확보하는 일이 마치 흔해 빠진 라면 몇 박스 사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쉽게 불평했다. 그러다가 백신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니 이제는 ‘물백신’ 음모론에 빠져 백신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고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백신을 거부한 사람들 중 어떤 노약자들은 코로나에 감염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후로 한동안 코로나가 여전히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을 때 그들은 백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빨리 백신을 내놓으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그 백신이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우기다가, 다음 정부가 백신을 권할 때는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만일 이 현상이 백신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집단 사이에 일어난 갈등이라면 그나마 각 집단마다 일관성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 정파적 색채를 가진 한 집단의 사람들이 다른 집단을 오직 비난하기 위해 일으킨 일이다. 그들은 특정 정파적 선동과 허위 거짓 선전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였고, 스스로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타인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판단과 선택이 옳다고 믿으며 여전히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세월호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2016년 4월 16일 참사 후로 대한민국은 엄청난 갈등을 경험했다. 이런 일에는 애도하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당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이 사건으로 비판 받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매우 몰상식한 반응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당시 현장 상황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버젓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던 언론이 그렇다. 마치 교주를 보호하는 광신도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을 알고도 거짓말을 한 경우이니 어리석다기보다 악한 경우이다. 사이비 교주와 한편인 셈이다.

그러나 그 거짓 선동에 놀아나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이비에 빠진 사람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자식의 시체를 팔아 돈 벌 생각만 한다느니, 시체가 고기밥이 되었다느니 하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을 조롱했다. 이 참사를 교통 사고에 비유하며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의 고위직 인사들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러한 참사 앞에서 오로지 정파적 유불리만을 따지며 행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금수만도 못한 자들을 자신이 지지해 왔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계속 그 지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언론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상식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났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허위 사실 유포의 근원이었던 그 언론을 지금도 신뢰하고 있고, 또 심지어 박근혜를 지지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사이비 교주에게 세뇌된 사람처럼 말이다.

-이태원 참사

이 뿐인가? 지난 2022년 10월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의 문제에 대한 판단도 세월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코 일어나설 안될 비상식적인 참사가 일어났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자들을 옳게 여기며 오히려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극우 지지자들이 과연 사이비에 현혹되어 있는 자들과 다른가?

-518 민주화항쟁 왜곡

518 민주화항쟁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일어난 민주화항쟁을 억누르고자 독재자 전두환이 벌인 자국민 학살 대참사를 두고도 확증 편향과 자기 합리화에 빠져 있는 다수의 사람들은 온갖 말도 않되는 근거를 들어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끊임없이 가해를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종교가 사람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것만큼 이념이나 정파성도 사람의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물론 살다 보면 판단하기 애매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다 애매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명확한 사안들에 대해서조차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세상을 거꾸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증 편향에 빠져 그것이 잘못인지 모르고 끊임없이 자신을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판단과 선택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런 사고 방식은 자신을 몰상식에 빠뜨리며 타인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나가는 말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사이비 종교의 문제가 불거질 때면 사람들은 사이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어리석게 여기며 자기 자신은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은근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반지성주의적 사고, 확증 편향, 자기 합리화의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며, 끊임 없는 자기 성찰과 회의적 사유를 통해 극복해 가야 할 일생의 과제이다. 정통 기독교 교단에 속해 있는 사람도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심지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성찰하는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못 생각한 부분을 빠르게 인지하고 고쳐 나갈 수 있다.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면서도 자기가 옳다고만 여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사이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을 설득하여 다시 상식을 회복하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신의 교주가 성폭행, 사기, 착취, 폭행, 심지어 살인 교사까지 일삼는 극악 무도한 인간이라는 엄연한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도, 또 그 일로 그들이 감옥살이를 해도 그들은 교주를 믿고 기다린다. 그만큼 자기 합리화의 늪은 깊다. 그 늪은 ‘자기애’만큼 깊은 것이다.

자기 합리화를 포기하는 것은 살면서 거쳐온 수 많은 판단과 선택으로 형성된 자기 자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우리 모두는 자기 합리화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속 사이비에 머무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1 thought on “사이비 시리즈(2-3): 당신도 사이비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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