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송아지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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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전에 올린 “모세는 시내 산에 몇 번 올랐나“라는 포스트에서 나중에 자세히 다루기로 한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황금 송아지 사건’이다. 출애굽기 24장 12절에서 산에 오르라는 명령을 받은 모세는 6차 등반을 시작하여 40주야 동안 율법과 하나님이 직접 쓰신 계명의 돌판을 수여받고 32장에서 하산하는데, 이때 황금 송아지 사건이 터진다. 내 추측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모세는 하나님의 명을 받아 시내 산에 올랐고 40주야를 산에 머물며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하나님과 대화하며 율법과 돌판을 수여받는다. 그리고 마침내 산에서 내려오게 되는데 모세는 산에서 다 내려 오기도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 숭배에 빠져 송아지를 섬기며 시끄럽게 축제를 벌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에 화가난 모세는 하나님께 받은 돌판을 집어 던져 깨 버렸고, 이 사건을 다 수습한 뒤에 다시 산에 올라 같은 내용의 돌판을 수여 받는다.

이러한 전개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출애굽기 본문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이 사건은 모세가 산에 오르락내리락한 것만큼이나 복잡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그 부분을 정확히 한 번 파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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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는 시내 산에 몇 번 올랐나

서론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 광야의 한 산 앞에 장막을 친 것은 그들이 애굽을 나온 후 삼 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시내 산으로 일컬어 지는 그 산은 야웨께서 강림하시어 모세와 소통하시는 곳이었으며,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을 수여하신 곳이기도 했다.

나의 짐작이긴 하지만 아마도 독자들은 시내 광야에서의 이야기를 매우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산에 올랐고, 무려 사십 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거기에 있으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수여 받았다. 그리고 돌판에 새긴 십계명도 받았다. 그러나 이 첫 번째 돌판은 그가 하산 했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송아지상을 만들어 축제를 벌인 것을 보고 화가 나서 깨뜨렸다. 그래서 모세는 다시 산에 올라 새로운 돌판에 십계명을 받아야 했다.

이것이 모세가 십계명과 율법을 수여 받기까지의 대략적인 과정이라고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출애굽기가 그리는 모세의 동선은 생각보다 훨씬 더 파악하기 어렵다. 오경 수업을 진행해 본 결과 성경을 꼼꼼히, 많이 읽은 분들도 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내용이 워낙 복잡해서 분석을 하듯이 본문을 읽지 않으면 사실 아무리 정독을 한다고 해도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 한 번 정리를 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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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의 이적과 이스라엘 백성의 즉흥적 반응 (출 4장 마지막 부분)

1. 이 포스트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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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아론의 중요성이다. 이스라엘의 전무후무한 지도자 모세는 이스라엘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인물이다. 그러나 아론은 아니다. 그의 자손들은 제사장 가문이 되어 계속해서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출애굽기 4장 마지막 부분에서 모세를 대신한 아론의 활약은 어찌 보면 맥락에 맞지 않는다.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이스라엘을 구원하러 애굽에 나타난 모세가 사람들 앞에 멋지게 등장해야 할 부분에서 아론이 오히려 부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본문을 아론이 이스라엘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드러나는 이야기가 출애굽 초반부 어딘가에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아론의 이적 이야기는 아주 적합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세는 너무 오래 애굽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아론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곳에서 그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이적을 행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야기할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반복된 불신앙의 시작점이 출애굽기 4장 마지막 부분(사실상 출애굽 이야기의 맨 처음 부분)에 나타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감정적이며 즉흥적이다. 신의 이적을 보면 신을 철저히 따를 것처럼 행동하지만 현실의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을 불신한다. 출애굽 이야기의 시작부라 할 수 있는 출애굽기 4장 끝에 이적을 경험한 이스라엘이 즉흥적으로 신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첫 번째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후에 나타날 그들의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부정적 반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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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라는 제목에 대하여

출애굽기(出埃及記)라는 말은 애굽에서 나온 이야기의 기록이란 말이다. ‘애굽’은 ‘티끌 애(埃)’와 ‘다다를(혹은 미칠) 급(及)’자를 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기보다 유사한 음을 달은 제목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애굽이 아니라 ‘애급‘이다. 아마도 ‘굽’이란 발음을 나타낼 한자가 마땅치 않아서 ‘‘자를 쓴 듯하다. 애굽은 히브리어로는 מצרים(미츠라임)이다. 애굽은 미츠라임의 헬라어 Αἴγυπτος(아이귑토스)에서 어미(suffix) ‘오스’를 제외한 ‘아이귑’을 ‘애굽’으로 음역한 것이다. 영어의 Egypt 역시 헬라어 Αἴγυπτος의 음역인데 영어 발음의 특성상 ‘이집트’로 소리를 내게 되었다. 우리가 미츠라임 대신 애굽/이집트란 명칭을 쓰는 이유는 유럽과 미국이 전세계에 끼친 영향이 커서 세계의 지명을 나타낼 때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집트’가 더 나은 표현이고 ‘애굽’은 성경에서만 쓰이는 어설픈 음역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애굽‘이 ‘이집트‘보다 원어(헬라어)의 발음에 더 가까운 음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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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3:14-15 스스로 있는 자, 야웨(여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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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굽에서 도망쳐 미디안에 도착한 모세는 미디안의 제사장의 딸 십보라와 결혼하고 그곳에서 새 인생을 살던 중 어느 날 떨기나무 하나가 불에 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나무는 불에 타 없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모세는 이를 가까이 가서 구경하려고 했다. 그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애굽으로 돌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하여 나오라고 명령하셨다. 그는 이미 애굽에서 도망친 사람이었고 너무 오래 동안 미디안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명령를 따르기 버거워 했다. 그래서 그는 가지 못할 변명을 늘어놓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 동포들이 어떤 신이 모세를 보내어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이려 하는지 모르니 자기는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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