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말과 유다(2)

Excerpt

전편: 다말과 유다(1)

3. 윤리적 평가

만일 다말-유다 사건이 신전매춘으로 위장/착각하여 성사된 일이라면 이 두 사람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다말

다말은 시아버지를 속이고 꾀어 성관계를 맺었으니 잘못이 있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것처럼 다말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불쌍한 여성으로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 한 가문에 시집와 그 가문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아야 하는 문화 속에서 남편과 사별하고 남편 가문의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져 임신을 했으므로 성적으로 문란하다거나 타락했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유다

유다의 행동은 단순한 성매매가 아니다. 그의 행동에서 정말 큰 문제는 유다가 그냥 매춘이 아니라 ‘신전매춘’에 결부되었다는 것이다. 신명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나안에 들어가게 되면 그곳 사람들과 결코 어떤 언약도 맺어서는 안되며, 당연히 혼인을 해서도 안되고, 심지어 그들을 죽일 때 불쌍히 여기지도 말아야 한다. 그 이유는 종교적 순수성을 지키기 위함이다(신 7:2-4). 예컨대 에스라는 이방 여인과 결혼한 모든 사람을 이혼시키고 자식들과 더불어 모든 이방 여인들을 쫓아내기도 한다. 솔로몬은 정략 결혼을 통해 나라를 키우고 안정시켰지만 이방 여인들과 함께 그들의 신을 이스라엘에 들여오는 큰 죄를 범한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창 38:1-2에 보면 유다는 형제들로부터 떠나 아둘람 지역에 정착했고 거기서 가나안 사람들과 결혼하여 자식을 낳았다. 그리고 그 자식들도 가나안 여성들과 결혼을 했다. 그는 가나안의 풍습에 빠져 신전매춘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고, 에나임에서 ‘성창’을 보고 성매매를 했으며, 결국 며느리를 임신시키는 지경에 이른다. 남성의 성매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문화 속에서 유다의 행동을 이해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가 가나안의 풍습에 빠져 가나안 종교 문화에 물든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4. 성경 속 유다에 대한 평가가 가진 모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은 본문이 왜 유다의 종교적 타락을 왜 비판하지 않는가이다. 창 38장에서 유다에 대한 유일한 비판은 막내 아들 셀라를 다말에게 주어 장남 가문의 후손을 이어 주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본문은 유다의 이주, 그의 이방인과의 결혼, 그 자녀들의 이방인들과의 결혼, 그리고 그의 신전매춘 행위 등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언급하지 않는다. 유다가 가나안인들과 평화롭게 더불어 살았던 것이나 가나안의 종교적 의식(신전매춘)에 결부되었다는 것은 신명기법전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대한 범죄이다. 여호수아의 정복 전쟁을 생각해 보면 유다의 평화로운 정착도 매우 문제가 크다. 비록 유다는 율법이 주어지기 전 사람이지만 적어도 종교적 순수성을 지킬 의무는 법의 존재와 관련 없이 당연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다 뿐만 아니라 사실 이스라엘의 다른 족장들도 가나안 땅에 왔을 때 본토인들과 전쟁을 하며 살지 않았다. 그들은 되도록 평화롭게 정착하려고 했고, 서로 신사적으로 대했다. 창 23장에 기록된 아브라함과 헷 사람들의 대화를 보라. 아브라함이 그의 아내 사라가 죽어 매장지를 헷 족속에게서 구매할 때 아브라함이 그들과 주고 받은 대화를 보면 서로를 존중하며 매우 신사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들 사이에 어떤 적대감도 없다. 또 아브라함은 롯과 헤어진 후 ‘마므레’와 그의 두 형제와 동맹을 맺기도 한다. 이 역시 신명기에서 엄격히 금하는 행동이다. 또한 결혼 문제에 있어서도 족외혼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세는 미디안 여성과 결혼했고 구스 여성과도 결혼을 했다. 그러나 성경은 모세의 이러한 행적에 대하여 전혀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세를 비판한 미리암과 아론이 벌을 받는다.

구약성경은 많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때로는 책들 간에, 때로는 같은 책 안에서도 양립하기 어려운 신학이나 관념을 보여 준다. 설교자들은 종종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본문들을 골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성경으로 정당화하곤 한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할 것은 그 이야기를 반박할 또 다른 이야기가 성경 어디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경은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라기보다 오히려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성경에 다양한 모순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성경의 저자들과 편집자들이 신앙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며 그들 역시도 신과 세상과 삶에 대하여 우리처럼 고민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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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ught on “다말과 유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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