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마당 136호
현세 신앙
한국성서학 연구소, 『성서마당』 136호, 2020년 겨울호에 실린 저의 글을 소개합니다. 대중을 위한 성서학 매거진 『성서마당』은 ‘설교를 위한 성서 연구’라는 코너를 통해 설교자들이 쉽게 성서학 연구 결과를 접하고 이를 토대로 설교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글의 본래 제목은 ‘현세 신앙‘이었습니다만, 편집 과정에서 “현실 치유와 회복을 통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현세 신앙과 관련된 잠언 본문을 중심으로-“라고 변경되었습니다. 제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매거진을 구독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내세를 중시한다. 어떤 이는 현세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면 종종 세속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성경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누가복음 17장에서는 노아의 시대에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시집가고 장가갔다’고 한 것이나, 롯의 시대에 ‘사고팔고 나무를 심고 집을 지었다’고 표현한 것은 일상을 부정적으로 그림으로 내세를 준비하는 데에 전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심어 준다. 그러나 성경은 어느 한 단면만을 보아서는 안되며 늘 입체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세 신앙만을 진정한 신앙이라고 착각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성경이 ‘신앙적’이라고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구절들은 너무도 많다. 특히 잠언은 신앙의 현세성을드러내는 책이다. 예를 들어 베풀 힘이 있으면 너그럽게 베풀고 늘 선한 일을 하며 살라고 가르치며(잠 11:24-25; 13:25; 2:20; 잠 3:27-31), 그것이 곧 지혜이고 신앙이라고 밝힌다.
일제 강점기 동안의 한국 기독교는 현실도피성 내세 신앙을 강조하기보다 오히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현세 신앙’의 본을 보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교육자로서의 헌신, 고당 조만식 선생의 물산 장려 운동과 3.1운동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백범 김구 선생께서도 로마서 8장 31절(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를 되뇌며 암담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
한반도의 크리스천 선조들은 내세적 희망만을 가지고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며 살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절망과 고통을 치유하며 살았다. 바람직한 내세 신앙은 현세 신앙의 실천을 통해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최종 목적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