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아인의 우르, 하란, 그리고 가나안

Excerpt

이 글은 야웨의 명령에 아브라함(아브람)이 그의 고향을 떠났던 결심에 대한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종종 간과하는 부분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Map of Mesopotamia
Goran tek-en,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Just food for thought

오늘은 이주를 결심했던 아브라함의 신앙적 결단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아브라함(아브람)은 야웨의 명령으로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가나안으로 이주했다(창 12:1). 정경이 분명하게 명시하지는 않지만 야웨께서 아브라함을 이주시킨 이유는 갈대아 우르에 우상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이 몇 가지 있다.

1. 아브라함의 목적지인 가나안에는 우상이 없었나?
1.1. 있었다.
1.2. 아브라함은 노아 홍수 후 약 260년이 지나서 태어났고(11장의 족보를 계산해 볼 것), 이야기의 맥락상 당시 노아의 후손들은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이미 하나님을 잊은지 오래였다. 그러니 자기 고향의 우상을 멀리하기 위해 다른 우상들이 득실거리는 곳으로 이주한다는 것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2. 창 15:7에 따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갈대아 우르에서 이끌어 냈다고 한다. 그러나 창 11: 31-32에 따르면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이미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이주할 계획이었고, 실제로 이주를 단행하여 중간에 하란 땅에 도착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아브라함 이전에 데라가 이미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데라가 하나님의 명령 없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고향 땅을 떠나 낮선 타지로의 이주를 강행했는데, 그곳이 약속의 땅 가나안이라면 이것을 단지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우연이 아니라면 왜 데라의 경우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을까?

3. 아브라함은 야웨의 명령을 받은 후 아버지를 두고 가나안으로 향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종교 체험에 기반한 것이었다.
3.1. 비록 본문은 그가 ‘야웨’의 명령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야웨’라는 이름은 아브라함보다 훨씬 후대의 사람인 모세에게 처음 계시되었다.
3.2. 따라서 아브라함은 자기에게 명령하는 신이 ‘야웨’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단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어떤 신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부름을 받은 것이다.
3.3. 지금 보면 그 신이 야웨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른 어떤 종교에 몸담고 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자기 자신만의 신비 체험을 한 후 본래 자기 종교를 버리고 자기를 부른, 누군지 알 수 없는 신의 명령을 따라 먼 타지로 이주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을까?
3.4.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제도권 종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나의 신비 체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종교를 만들고 그 신을 섬기며 살 수 있을까? 그의 결단은 결과론적으로 합리화되지만 그의 결단을 신앙의 보편적 모습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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