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아사셀, 광야의 악령

Excerpt

이 글은 히브리어 아사셀이 단순히 속죄 제물로서의 염소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광야의 악령을 의미하는 단어임을 설명하며, 레위기16:8의 ‘아사셀을 위하여 선택하라’라는 표현이 ‘광야의 악령을 위하여 선택하라’라는 뜻임을 밝힌다.

아사셀, 아사셀 염소, 희생양

Azazel illustration
Illustration of Azazel in Dictionnaire infernal by Collin de Plancy (1863)

아사셀‘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속하기 위해 신께 바치는 제물로 흔히 ‘아사셀 염소‘라고 부르거나 ‘희생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수님이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 양‘이라고 불렸기 때문에 속죄 제물은 ‘‘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레위기의 율법에 속죄 제물로 지정된 짐승은 ‘아사셀‘ 즉 염소다. 관련 구절을 보자:

6 아론은 자기를 위한 속죄제의 수송아지를 드리되 자기와 집안을 위하여 속죄하고 7 또 그 두 염소(사이르)를 가지고 회막 문 여호와 앞에 두고 8 두 염소를 위하여 제비 뽑되 한 제비는 여호와를 위하고 한 제비는 아사셀을 위하여 할지며 9 아론은 여호와를 위하여 제비 뽑은 염소를 속죄제로 드리고 10 아사셀을 위하여 제비 뽑은 염소는 산 채로 여호와 앞에 두었다가 그것으로 속죄하고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낼지니라

레 16:8-10(개역개정)

먼저 언급할 부분은 ‘아사셀’이 ‘‘ 혹은 ‘희생양‘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사셀‘은 1차적으로 ‘염소‘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희생양‘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나아가 ‘아사셀‘은 ‘광야의 악령‘이란 의미도 있다. 아래 사전(이미지)를 확인해 보자.

Azazel meaning in HALOT
HALOT(Hebrew & Aramaic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이런 관점으로 ‘아사셀‘이란 표현이 등장하는 위 레위기 본문을 읽어 보면 속죄의 절차가 달리 보일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광야로 보내지는 ‘아사셀 염소‘는 단순히 하나님께 드리는 속죄 제물이 아니라 ‘광야의 악령‘ 아사셀을 위하여 선택된 염소라고 이해할 있다는 말이다.

위 구절을 잘 살펴 보면 유독 ‘아사셀을 위하여‘란 표현이 ‘여호와/야웨를 위하여‘란 표현만큼 많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 본문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아사셀을 위하여‘란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 의아했던 기억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사셀’이 일종의 귀신이라는 의미를 모른다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아사셀이 광야의 악령이란 뜻이라는 것을 안다면 위 본문은 어려울 것이 없는 본문이다. 다만 성경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뿐.

우리는 성경이 고대의 책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현대 기독교의 문화를 기준으로 성경을 이해하려고 하면 사실 성경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위 본문은 그런 본문 중 하나로 고대 사회의 종교가 가지고 있던 주술적 요소를 잘 보여 준다. 속죄일, 아론은 이스라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두 마리 염소를 속죄 제물로 선택했다. 그중 야웨를 위해 준비된 염소는 속죄제의 절차를 따라 드리지만, 아사셀을 위하여 바치는 염소는 죽이지 않고 산채로 광야로 보낸다. 아마도 광야의 악령이 그 염소를 처리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현대 기독교는 이러한 주술적 신앙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신도들이 성경을 워낙 신성시하고 중시하다보니 성경의 주술적 요소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신앙의 필수 요소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주술’에 불과하며 더이상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부록: 희생양

속죄일에 아론이 속죄 제물로 선택하는 짐승은 두 마리의 염소인데, 레위기 16:5에 따르면 당일 ‘번제’를 위해 선택하는 다른 한 마리의 짐승이 있다. 그것이 바로 ‘숫양 한 마리’이며, 세례 요한이 예수를 향하여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라고 한 것은 속죄일에 속죄 제물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번제로 드리는 숫양 한 마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자손의 회중에게서 속죄제물로 삼기 위하여 숫염소 두 마리와 번제물로 삼기 위하여 숫양 한 마리를 가져갈지니라

레 16:5(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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