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귀신/악령/Demon

Excerpt

구약에는 신약과 달리 귀신을 뜻하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지 않아서 아예 그런 표현들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사이르’와 ‘릴리트’와 같은 단어들이 그 예이다.

구약에도 '귀신'이 나오나?

답은 ‘예’와 ‘아니오’ 모두라고 할 수 있다. 신약성경의 ‘귀신’ 개념과 동일한 영적 존재는 구약에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일종의 귀신 개념이 구약성경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소위 ‘귀신’을 지칭할 때 쓰던 두 어휘에 대해 알아 보자.

왼쪽(위): Aiwok, via Wikimedia Commons: 날개와 새의 발톱을 가진 여성의 모습을 한 이 조각이 ‘릴리트’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학자가 있으나 확실하지 않음; 오른쪽(아래): Eliphas Levi, via Wikimedia Commons: Baphomet으로 불리는 염소 귀신.

우선 관련 성경 구절을 찾아 보자.

들짐승이 이리와 만나며 숫염소(사이르)가 그 동류를 부르며 올빼미(릴리트)가 거기에 살면서 쉬는 처소로 삼으며

사 34:14(개역개정)

위 본문은 야웨의 열방을 향한 진노를 묘사하는 단락에 등장하는 문구로 특별히 에돔이 야웨의 심판으로 황폐해 질 것이라는 내용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에돔 땅에 사는 사람이 없어 들짐승들이 땅을 차지하고 사는 상태를 표현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 ‘숫염소‘로 번역된 ‘사이르‘라는 히브리어는 염소를 뜻하기도 하지만 종종 goat-demon, 즉 염소 귀신이란 의미도 있다. NRSV는 이를 goat-demon으로 번역했다. ‘사이르’를 염소 귀신으로 부면 이 본문은 황폐하여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에돔 땅에는 염소 귀신이 들끓어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음산하게 들릴 것이라고 묘사하는 것이다.

이 본문에서 ‘사이르‘를 ‘염소‘가 아니라 ‘염소 귀신‘이라고 보아야 할 이유는 그 다음에 나오는 ‘올빼미'(릴리트)란 단어 때문이기도 하다. ‘릴리트‘는 ‘사이르‘와 더불어 귀신을 뜻하는 또 하나의 어휘이다. 어원상 ‘밤'(라일라)과 관련이 있으며 주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져, 밤의 마녀(night ha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앵커 성경 사전(Anchor Bible Dictionary, Lilith)은 릴리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릴리트‘는 해산하는 여자 혹은 아이의 피와 골수와 살을 먹어 치우는 악령으로 묘사되기도 하며, 이를 물리치기 위해 부적을 쓰거나 주문을 외워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독신 남성이 혼자 잠을 자다가 ‘릴리트‘에게 사로잡히게 될 수 있다.

구약성경의 시대에 통용되는 귀신과 관련된 어휘 둘을 간단히 알아 보았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귀신’ 혹은 ‘악령’에 대한 관념이 있는 것처럼 고대인들도 아마 획일화되지 않은, 그러나 나름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악령이나 귀신이 있었을 것이다. 위 본문은 그러한 문화적 관념의 토대에서 황폐화된 에돔을 묘사하려고 했던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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