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천사, 말아크, 그리고 말아키(말라기)

Excerpt

이 글은 히브리어 ‘말아크’의 번역과 의미를 설명합니다. 또한 ‘말아크’에 1인칭 소유격이 더해진 ‘말아키’ 즉 ‘나의 사자’라는 표현이 어떻게 ‘말라기’라는 제목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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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개정의 구약성경에 ‘천사‘가 처음 등장하는 본문은 소돔과 고모라 사건이 기록된 창 19장이다. 여기서 ‘천사‘로 번역된 히브리어 원문은 ‘말아크‘인데, 사실 이 단어가 구약성경에서 처음 등장하는 곳은 창 16:7이다.

이 본문은 사라의 학대를 피하여 도망친 하갈이 광야에서 ‘여호와(야웨)의 사자(使者)‘를 만나 다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는 장면을 묘사한다.

히브리어 ‘말아크‘란 말은 하나님이 보낸 존재를 의미할 때 개역개정에서는 주로 ‘사자‘로 번역되어 있으며 종종 ‘천사‘라는 말로도 표현되어 있다. ‘사자'(使者)는 심부름 ‘사’에 놈 ‘자’를 쓴다. 즉 심부름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말아크‘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수 6:17에서 여호수아가 가나안에 보낸 정탐꾼을 묘사하는 말로 ‘사자'(말아크)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말아크‘가 사람을 뜻하는 경우 개역개정은 ‘사신‘ 혹은 ‘사절‘을 쓰는 경우도 많으며 종종 ‘전령‘이란 말로도 번역되는데(주로 사무엘서) 아마도 ‘말아크‘의 영문 번역이 주로 ‘messenger‘로 되어 있고, 처음 한글 성경이 번역될 때 영어권 선교사들이 번역에 가담했기 때문에 messenger를 ‘전령‘으로 이해하여 생긴 일일 것이다.

 

개신교 구약성경의 마지막 책인 ‘말라기‘의 본래 히브리어 발음은 ‘말아키‘이다. ‘말아키‘는 ‘말아크‘에 1인칭 소유격이 추가된 말이다. 즉 ‘나의 말아크‘라는 표현이 된다. 즉 ‘말라기‘는 단순히 학개, 스가랴 같은 선지자의 이름이라기보다 ‘나의 사자/메신저/전령/사신/사절/천사’라는 뜻이라는 말이다. 말라기의 맥락에서 ‘말라키‘는 예언자를 의미한다. 단순히 뜻만 봐도 그렇지만 편집사적 관점에서 보아도 그런 점이 드러난다.

편집사적 관점은 다음과 같다.

1. 구약성경의 마지막 큰 단락을 장식하는 [열두소예언서]는 개신교에서는 12권으로 세지만 유대교 전통에서는 한 권으로 헤아린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여러 문서들을 하나의 모음집으로 편찬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본래 열 두 개의 문서였던 것을 단순히 하나로 취합했다는 말은 아니다. 예컨대 학개와 제1스가랴(1-8)는 최종 편집 이전 단계에서는 본래 한 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이 두 권의 책이 모두 ‘다리오 왕 제 이 년’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문체와 주제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2. 또한 제2스가랴(9-14)와 말라기 1:1은 모두 ‘맛사 데바르 야웨‘(야웨께서 선포하시는 말씀)라는 동일 문구로 단락을 시작(슥 9:1; 12:1; 말1:1)하고 있어 최종 편집 이전 단계에서는 본래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개역개정 번역은 우리말 어순의 특성상 이를 반영하지 못함).

3. 열두소예언서가 최종 편집 단계 이전에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엮여 있었다는 것은, 최종 편집에서 열 두 지파를 상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열 둘‘로 나눴다는 것을 말한다. 즉 본래 열 두 선지자의 이름으로 나뉘어지지 않던 책들을 엮어 의도적으로 열 둘로 나눴다는 것이다.

4. 그 과정에서 ‘학개’와 ‘스가랴’가 분리되었고, ‘말아키'(말라기)는 제2스가랴와 분리되어 [열두소예언서]로 최종 편찬되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나의 사자‘라는 의미의 ‘말아키‘가 예언자의 이름처럼 활용되어 마지막 책의 제목이 되었다. 어떤 학자는 ‘말아키’를 최종 편집자의 필명으로 여기기도 한다.

5. 실제로 말라기 3:1에 ‘말아키‘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 경우 ‘말아키‘를 이름으로 번역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보라 내가 내 사자(말아키)를 보내리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준비할 것이요…

6. 따라서 말라기 1:1, “여호와께서 말라기(말아키)를 통하여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신 경고”라는 번역은 다음과 같이 달리 표현할 수 있다(주의: 아래 번역은 히브리어 어순을 따랐다):

야웨께서 선포하시는 말씀(맛사 데바르 야웨); 이스라엘에게; “나의 사자(말아키)의 손을 통해”

말라기/말아키는 책의 제목으로 쓰였기 때문에 예언자의 이름인 것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엄밀히 말해 열 두 권으로 나누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된 용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말라기/말아키는 ‘나의 사자‘라는 의미라고 보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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